◎안갑선시인의 봉당에 있는 청서듦◎

 
 

  회원 : 0   비회원 : 3

오늘 : 25 어제 : 37
최대 : 498 전체 : 617,871


HOME > 문학의향기 > 추천시

 
작성일 : 09-07-31 01:12
[기형도] 정거장에서의 충고
 글쓴이 : 안갑선
조회 : 3,399  
정거장에서의 충고 / 기형도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마른 나무에서 연거푸 물방울이 떨어지고
        나는 천천히 노트를 덮는다
        저녁의 정거장에 검은 구름은 멎는다
        그러나 추억은 황량하다, 군데군데 쓰러져 있던
        개들은 황혼이면 처량한 눈을 껌벅일 것이다
        물방울은 손등 위를 굴러다닌다, 나는 기우뚱
        망각을 본다, 어쩌다가 집을 떠나왔던가
        그곳으로 흘러가는 길은 이미 지상에 없으니
        추억이 덜 깬 개들은 내 딱딱한 손을 깨물 것이다
        구름은 나부낀다, 얼마나 느린 속도로 사람들이 죽어갔는지
        얼마나 많은 나뭇잎들이 그 좁고 어두운 입구로 들이닥쳤는지
        내 노트는 알지 못한다, 그 동안 의심 많은 길들은
        끝없이 갈라졌으니 혀는 흉기처럼 단단하다
        물방울이여, 나그네의 말을 귀담아들어선 안 된다
        주저앉으면 그뿐, 어떤 구름이 비가 되는지 알게 되리
        그렇다면 나는 저녁의 정거장을 마음속에 옮겨놓는다
        내 희망을 감시해온 불안의 짐짝들에게 나는 쓴다
        이 누추한 육체 속에 얼마든지 머물다 가시라고
        모든 길들이 흘러온다, 나는 이미 늙은 것이다

 
 

 
게시물 총59건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59 [오규원] 한 잎의 여자 1 2 3 안갑선 01-03 6717
58 [박두진] 청산도 안갑선 03-01 6194
57 [황병승] 멜랑꼴리호두파이 - 외 안갑선 03-14 4468
56 [나희덕] 길 위에서 (1) 안갑선 07-15 4459
55 [기형도] 노을 안갑선 11-11 4163
54 [마경덕] 신발론 안갑선 06-23 3813
53 [황지우]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안갑선 07-14 3653
52 [이생진] 벌레먹은 나뭇잎 / 외 안갑선 07-12 3645
51 [기형도] 정거장에서의 충고 안갑선 07-31 3400
50 [문인수] 식당의자 - 미당문학상 수상 외 안갑선 07-12 3361
49 [이정록] 구부러진다는 것 / 제13회 김달진 문학상 수… 안갑선 09-28 3228
48 [오규원] 들찔에와 향기 / 외 안갑선 07-16 3201
47 [정희성] 시인 본색 안갑선 07-04 3026
46 [김희업] 책 읽는 여자 (2) 안갑선 08-06 2959
45 [임보] 물의 칼 /외 안갑선 10-29 2941
44 [김연주] 아코디언 연주자 -고양이 자세 안갑선 07-30 2899
43 [박상순] 6은 나무 7은 돌고래, 열번째는 전화기 안갑선 07-14 2860
42 [최형심] 겨울은 철거를 기다린다 안갑선 10-08 2832
41 [마경덕] 모래수렁 안갑선 08-28 2731
40 [김상미] 똥파리* 안갑선 09-08 2676
 
 
 1  2  3  
and 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