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갑선시인의 봉당에 있는 청서듦◎

 
 

  회원 : 0   비회원 : 1

오늘 : 12 어제 : 42
최대 : 498 전체 : 604,788


HOME > 문학의향기 > 추천시

 
작성일 : 10-05-31 12:11
[강동수] 폐선
 글쓴이 : 안갑선
조회 : 1,624  
폐선(廢船)

강동수

바다와 맞닿는 길에
강줄기를 막고 누워있는 늙은 아버지
강물에 시린 발목을 담그고
물의 결을 깎아 나이테를 지운다
골반사이로 지나가는 강물과 바다사이에
배반할 수 있는 시간을 떠나보내는 아침
바다와 강물의 경계를 오가며
정체성을 잃어버린 갈매기들
먼지 쌓인 귓가에 파도소리를 내려놓는다
숲으로부터 걸어온 
창백한 새들이 솟대 같은 정수리에 몸을 기대면
태초에 태어난 숲속으로 걸어가
키를 키우는 직립의 꿈
어둠은 밀물처럼 밀려와 숲을 덮는다.


수시로 쳐들어와 소금기를 뿌려놓고 가는
해안가에서 조금씩 늙어가는 집
목쉰 바람이 불어와 집의 뿌리를 돌아 나가면
오래 기억되던 아궁이의 잔불과 새벽에 졸음을 내려놓고
불 밝히던 어머니의 부엌
항아리 속 묵은쌀을 한숨처럼 퍼 올리던
쌀되박의 기억은 망각의 바람을 따라 길을 떠난다
폐선처럼 허물어져가는 외딴집 감나무에
까치밥 하나 바람에 흔들리면
뿌리 따라 흔들리는 늑골의 아픔으로
다시 깨어나는 늙은 집
열리지 않는 아침을 가불하여 길을 나서던
아버지의 새벽기침소리를 듣고 싶다


- 2009 대한민국 장애인문학상 詩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 한국문인협회 주최)

 
 

 
게시물 총59건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39 [신석정]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안갑선 07-29 2418
38 [오규원] 들찔에와 향기 / 외 안갑선 07-16 3123
37 [이생진] 벌레먹은 나뭇잎 / 외 안갑선 07-12 3580
36 [정지용] 향수 안갑선 06-27 1963
35 [강동수] 폐선 안갑선 05-31 1625
34 [신용목] 소사 가는 길, 잠시 안갑선 03-14 2118
33 [황병승] 멜랑꼴리호두파이 - 외 안갑선 03-14 4398
32 [서영식] 내객(來客) 안갑선 01-07 1755
31 [임보] 물의 칼 /외 안갑선 10-29 2885
30 [최창균] 오동나무 / 외 안갑선 10-06 1890
29 [이정록] 구부러진다는 것 / 제13회 김달진 문학상 수… 안갑선 09-28 3193
28 [김희업] 책 읽는 여자 (2) 안갑선 08-06 2925
27 [배용제] 꿈의 잠언 안갑선 08-01 2513
26 [정지완] 만월 안갑선 08-01 2161
25 [한혜영] 봄의 퍼즐 (1) 안갑선 07-31 1914
24 [기형도] 정거장에서의 충고 안갑선 07-31 3356
23 [김연주] 아코디언 연주자 -고양이 자세 안갑선 07-30 2865
22 [알렙] 자정무렵 나는 도망중 / 외 안갑선 07-16 1896
21 [나희덕] 길 위에서 (1) 안갑선 07-15 4385
20 [마경덕] 신발론 안갑선 06-23 3743
 
 
 1  2  3  
and 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