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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7-16 20:22
[오규원] 들찔에와 향기 / 외
 글쓴이 : 안갑선
조회 : 3,123  
한 마리 새가 날아간 길 / 오규원

 

 - 산에 들에 2

 

나뭇가지에 앉았던 한 마리
새가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그리고
잎과 잎 사이로 뚫린
길을 따라
가볍게 가볍게 날아간다

나뭇가지 왼쪽에서 다시
위쪽으로
위쪽 잎 밑의
그림자를 지나 다시
오른쪽으로 

그렇게 계속 뚫려있는 하나의 길로
한 마리 새가 날아간다

나뭇가지와 가지 사이로
그리고 잎과 잎 사이로
뚫려있는그 길
한마리 새만 아는
그 길
 
한 마리 새가 사라진 다음에는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그 길 

 

들찔레와 향기 / 오규원 
 

사내애와 계집애가 둘이 마주보고
쪼그리고 앉아 오줌을 누고 있다
오줌 줄기가 발을 적시는 줄도 모르고
서로 오줌 나오는 구멍을 보며
눈을 껌벅거린다 그래도 바람은 사내애와
기집애 사이 강물소리를 내려놓고 간다
하늘 한 켠에는 낮달이 버려져 있고
땅을 헤집고 있는 강변
플라스틱 트럭으로 흙을 나르며 놀던

 

뿌리와 가지 / 오규원 


잡목림은 뒤를 숨긴다 그러나
새들은 뒤에서도 솟아오른다
잡목림을 돌아가면 전씨의 밭에
팥배나무 한 그루가 있다
맑은 날에는 팥배나무의 허리까지
먼 하늘이 내려와 걸리고
흐린 날에는 물론 흐린 날이 엉긴다
팥배나무는 밭의 둑 밑에
엄청난 뿌리를 숨겨두고 있다
그 주변을 열매가 가득 달린 들찔레와
망개의 넝쿨이 덮고 있다
새들도 자주 즐겁게 들찔레와 망개의
가지 사이에 몸을 밀어넣고
스스로 넝쿨이 된다



서산과 해 / 오규원 
 

고욤나무가 해를 내려놓자
이번엔 모과나무가 받아든다
아주 가볍게 들고 서서 해를
서쪽으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옮긴다
가지를 서산 위에까지 보내놓고 있는
산단풍나무가 옆에서
마지막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한 무리의 새가 와서
산단풍나무 가지를 흔들어본 뒤
어디론가 몸을 감춘다 

 

한 잎의 여자 1 / 오규원 

 


  나는 한 여자(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女子), 그 한 잎의 여자(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女子)를 사랑했네. 여자(女子)만을 가진 여자(女子), 여자(女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女子), 여자(女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女子), 눈물 같은 여자(女子), 슬픔 같은 여자(女子), 병신(病身) 같은 여자(女子), 시집(詩集) 같은 여자(女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女子), 그래서 불행한 여자(女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女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女子).



한 잎의 여자 2 / 오규원 

 

 

  나는 사랑했네 한 여자를 사랑했네
  난장에서 삼천 원 주고 바지를 사 입는
  여자, 남대문시장에서 자주 스웨터를 사는
  여자, 보세가게를 찾아가 블라우스를 이천 원에 사는
  여자, 단이 터진 블라우스를 들고 속았다고 웃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순대가 가끔 먹고 싶다는
  여자, 라면이 먹고 싶다는
  여자, 꿀빵이 먹고 싶다는
  여자, 한 달에 한두 번은 극장에 가고 싶다는
  여자, 손발이 찬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그리고 영혼에도 가끔 브래지어를 하는
  여자.


  가을에는 스웨터를 자주 걸치는
  여자, 추운 날엔 팬티스타킹을 신는
  여자, 화가 나면 머리칼을 뎅강 자르는
  여자, 팬티만은 백화점에서 사고 싶다는
  여자, 쇼핑을 하면 그냥 행복하다는
  여자, 실크스카프가 좋다는
  여자, 영화를 보면 자주 우는
  여자, 아이는 하나 꼭 낳고 싶다는
  여자, 더러 멍청해지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그러나 가끔은 한 잎 나뭇잎처럼 위험
  한 가지 끝에 서서 햇볕을 받는 여자, 

 

 

 

한 잎의 女子 3 / 오규원

 

- 언어는 신의 안방 문고리를 쥐고 흔드는 건방진 나의 폭력이다 

 


  내 사랑하는 女子, 지금 창밖에서 태양에 반짝이고 있네. 나는 커피를 마시며 그녀를 보네. 커피 같은 女子, 그레뉼 같은 女子, 모카골드 같은 女子, 창밖의 모든 것은 반짝이며 뒤집히네, 뒤집히며 변하네, 그녀도 뒤집히며 엉덩이가 짝짝이가 되네. 오른쪽 엉덩이가 큰 女子, 내일이면 왼쪽 엉덩이가 그렇게 될지도 모르는 女子, 줄거리가 복잡한 女子, 그녀를 나는 사랑했네. 자주 책 속 그녀가 꽂아놓은 한 잎 클로버 같은 女子, 잎이 세 개이기도 하고 네 개이기도 한 女子.

 

  내 사랑하는 女子, 지금 창밖에 있네. 햇빛에는 반짝이는 女子, 비에는 젖거나 우산을 펴는 女子, 바람에는 눕는 女子, 누우면 돌처럼 깜깜한 女子. 창밖의 모두는 태양 밑에서 서 있거나 앉아 있네. 그녀도 앉아 있네. 앉을 때는 두 다리를 하나처럼 붙이는 女子, 가랑이 사이로는 다른 우주와 우주의 별을 잘 보여주지 않는 女子, 앉으면 앉은, 서면 선 女子인 女子, 밖에 있으면 밖인, 안에 있으면 안인 女子, 그녀를 나는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처럼 쬐그만 女子, 女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女子.

 

 

 

고요 / 오규원

 

 

라일락 나무 밑에는 라일락 나무의 고요가 있다
바람이 나무 밑에서 그림자를 흔들어도 고요는 고요하다
비비추 밑에는 비비추의 고요가 쌓여 있고
때죽나무 밑에는 개미들이 줄을 지어
때죽나무의 고요를 밟으며 가고 있다
창 앞의 장미 한송이는 위의 고요에서 아래의
고요로 지고 있다 

 

 

 

분명한 사건 / 오규원

 


안경 밖으로 뿌리를 죽죽 뻗어나간
나무들이
서산에서
한쪽 다리를 헛짚고 넘어진 노을 속에
허둥거리고 있다.
키가 큰 산오리나무의 두 귀가
불타고 있다.


시간의 둔탁한 대문을
소란스럽게 열고 들어선
밤이
으스름과 부딪쳐
기둥을 끌어안고
누우런 밀밭을 밟고 온
그 밤의 신발 밑에서
향긋한 보리 냄새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골목에서
작년과 재작년의 죽음이
서로 다른 표정으로
만나고
그 해 죽은 사람의
헛기침 소리 하나가
느닷없이
행인의 뒷덜미를 후려치고 간다. 

 

 


우리 시대의 순수시(純粹詩) / 오규원


1
밤 사이, 그래 대문들도 안녕하구나
도로도, 도로를 달리는 차들도
차의 바퀴도, 차 안의 의자도
光化門도 덕수궁도 안녕하구나


어째서 그러나 안녕한 것이 이토록 나의 눈에는 생소하냐
어째서 안녕한 것이 이다지도 나의 눈에는 우스꽝스런 풍경이냐
文化史的으로 본다면 안녕과 안녕 사이로 흐르는
저것은 保守主義의 징그러운 미소인데


안녕한 벽, 안녕한 뜰, 안녕한 문짝
그것 말고도 안녕한 창문, 안녕한 창문 사이로 언뜻 보여주고

안녕한 性戱(성희).....
어째서 이토록 다들 안녕한 것이 나에게는 생소하냐


2
진리란, 하고 누가 점잖게 말한다
믿음이란, 하고 또 누가 점잖게 말한다
진리가, 믿음이 그렇게 말해질 수 있다면
아, 나는 하품을 하겠다
世上엔 어차피 별일 없을 테니까


16세기나 17세기 또는 그런 세기에 내가 살았다면
나는 그 말에 얼마나 감동했을 것인가


淸進洞도, 그래 밤 사이 안녕하구나
안녕한 건 안녕하지만 아무래도 이 안녕은 냄새가 이상하고
나는 나의 옷이 무겁다 나는
나의 옷에 묻은 먼지까지 무게를 느낀다
점잖게 말하는 점잖은 사람의
입 속의 냄새와
아침마다 하는 양치질의 무게와 양치질한
치약의 양의 무게까지 무게를 느낀다


이 무게는 안녕의 무게이다 그리고
이 무게는 안녕이 독점한 시간의 무게


미래가 이 世上에 있었다면 미래 또한
어느 친구가 독점했을 것을
이 무게는 미래가 이 世上에 없음을 말하는 무게
그러니까 이건 괜찮은 일 ?Ι?
어차피 이곳에 없으니 내가 또는
당신이 미래인들 모두 모순이 아니다


그대 잠깐 발을 멈추고, 그대 잠깐
사전을 찾아보라 保守主義란
현상을 그대로 보전하여 지키려는 主義
그대 잠깐 발을 멈추고, 그대 잠깐
사전을 찾아보라 아침의 무덤이 무슨 말 속에 누워 있는지
 

말이 되는 안 되는 노래가 되는
안 되는 중요한 것은 진리라든지 믿음이라는
말의 옷을 벗기는 일
벗긴 옷까지 다시 벗기는 일
나는 나의 믿음이 무겁다


정말이다 우리는 아직도 敗北를 승리로 굳게 읽는 방법을
믿음이라 부른다 왜 敗北를
敗北로 읽으면 안 되는지 누가
나에게 이야기 좀 해주었으면
그 믿음으로 위로를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이여,
나에게 화를 내시라
불쌍한 내가 혹 당신을 위로하게 될 터이니까


3
어둠 속에 오래 사니 어둠이 어둠으로 어둠을 밝히네. 바보,

그게 아침인 줄 모르고. 바보, 그게 저녁인 줄 모르고.


진리는 진리에게 보내고
믿음은 믿음에게 안녕은
안녕에게 보내고 내가 여기 서 있다


약속이라든지 또는 기다림이라든지 하는 그런 이름으로
여기 이곳의 주민인 우편함을 들여다보면
언제나 비어서 안이 가득하다
보내준다고 약속한 사람의 약속은
오랫동안, 단지 오랫동안 기다림의 이름으로 그곳에 가득하고


보내고 안 보내는 건 그 사람의 자유니까
남은 것은 우편함 또는 기다림과 나의 기다림
또는 기다리지 않음의 자유
거리에는 바람이 바람을 떠나 불고
자세히 보면 나를 떠난 나도 그곳에 서 있다
유럽의 純粹詩란 생각건대 말라르메나
발레리라기보다 프랑스의 행복 手帖
말라르메는 말라르메에게 보내고 나는 淸進洞에 서서


발레리는 발레리에게 보내고
나는 淸進洞에 서서
우리나라에게 純粹詩, 純粹詩하고
환장하는 이 시대의 한 거리에 내가 서서


4
비가 온다. 오는 비는 와도
오는 도중에 오기를 포기한 비도
비의 이름으로 함께 온다.
비가 온다. 오는 비는 와도
淸進洞도, 淸進洞의 해장국집도 안녕하고
서울도 안녕하다.


안녕을 그리워하는 안녕과 안녕을 그리워했던 안녕의 영원히 안녕을 그리워할

안녕과, 그리고 다시 안녕을 그리워하는 안녕과 안녕을 다시 그리워할 안녕이

가득찬 거리는 안녕 대문에 붐빈다. 그렇지, 나도 인사를 해야지. 안녕이여,

안녕 保守主義여 현상유지주의여. 밤 사이 안녕, 안녕.


여관에서 자고 해장국집 의자에 기대앉아
이제 막 아침을 끝낸
이 노골적으로 안녕한 안녕의 무게가
비가 오니 비를 떠나 모두 저희들끼리 젖는데
나는 나와 함게 아니 젖고
안녕의 무게와 함께 젖는구나.
그래, 인사를 하자. 안녕이여
안녕, 빌어먹을 보수주의여. 안녕.

 

 

 

둑과 나 / 오규원 

 


길은 바닥에 달라붙어야 몸이 열립니다
나는 바닥에서 몸을 세워야 앞이 열립니다
강둑의 길도 둑의 바닥에 달라붙어 들찔레 밑을 지나
메꽃을 등에 붙이고 엉겅퀴 옆을 돌아 몸 하나를 열고 있습니다
땅에 아예 뿌리를 박고 서 있는 미루나무는 단단합니다
뿌리가 없는 나는 몸을 미루나무에 기대고
뿌리가 없어 위험하고 비틀거리는 길을 열고 있습니다
엉겅퀴로 가서 엉겅퀴로 서 있다가 흔들리다가
기어야 길이 열리는 메꽃 곁에 누워 기지 않고 메꽃에서
깨꽃으로 가는 나비가 되어 허덕허덕 허공을 덮칩니다
허공에는 가로수는 없지만 길은 많습니다 그 길 하나를 혼자 따라가다
나는 새의 그림자에 밀려 산등성이에 가서 떨어집니다
산등성이 한쪽에 평지가 다 된 봉분까지 찾아온 망초 곁에 퍼질러 앉아
여기까지 온 길을 망초에게 묻습니다
그렇게 묻는 나와 망초 사이로 메뚜기가 뛰고
어느새 둑의 나는 미루나무의 그늘이 되어 어둑어둑합니다




하늘과 침묵


온몸을 뜰들의 허공에 아무렇게나 구겨 넣고

한 사내가 하늘의 침묵을 이마에 얹고 서 있다

침묵은 아무 곳에나 잘 얹힌다

침묵은 돌에도 잘 스민다

사내의 이마 위에서 그리고 이마 밑에서

침묵과 허공은 서로 잘 스며서 투명하다

그 위로 잠자리 몇 마리가 좌우로 물살을 나누며

사내 앞까지 와서는 급하게 우회전해 나아간다

그래도 침묵은 좌우로 갈라지지 않고

잎에 닿으면 잎이 되고

가지에 닿으면 가지가 된다

사내는 몸속에 있던 그림자를 밖으로 꺼내

뜰 위에 놓고 말이 없다

그림자에 덮인 침묵은 어둑하게 누워 있고

허공은 사내의 등에서 가파르다

                             



작은 별에 고독의 잔을 마신다 /  詩 오규원


별을 낳는 것은 밤만이 아니다
우리의 가슴에도 별이 뜬다
그러므로 우리의 가슴도 밤이다
그러나 우리의 가슴에 별이 뜨지 않는 날도 있다
별이 뜨지 않는 어두운 밤이 있듯

우리가 우리의 가슴에 별을 띄우려면
조그마한 것이라도 꿈꾸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다른 것을 조용히
그리고 되도록 까맣게 지워야 한다
그래야 별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러므로 별이 뜨는 가슴이란
떠오르는 별을 위하여 다른 것들을 잘 지워버린 세계이다

떠오르는 별을 별이라 부르면서
잘 반짝이게 닦는 마음 - 이게 사랑이다
그러므로 사랑이 많은 마음일수록 별을 닦고 또 닦아
그닦는 일과 검정으로 까맣게 된 가슴이다
그러므로 그 가슴 앞에서는
조금이라도 광채를 가진 사람이면 별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그러므로 사랑은 남을 반짝이게 하는 가슴이다

사랑으로 가득찬 곳에서는 언제나 별들이 떠있다
낮에는 태양이 떠오르고 밤에는 별들이 가득하다
그러므로 그곳에서는 누구나 반짝임을 꿈꾸고
또 꿈을 사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랑으로 가득찬 가슴에 투망을 하면 언제나
별들이 그물 가득 걸린다



나무와 돌  / 오규원 


나무가 몸 안으로 집어넣는 그림자가
아직도 한 자는 더 남은 겨울 대낮
나무의 가지는 가지만으로 환하고
잎 대신 붙어 있던 곤줄박이가 다시
곤줄박이로 가지를 흔들며 떠난 다음
한쪽 구석에서 몸이 마른 돌 하나가 더 굴러
뜰은 중심이 잡히고 그 위에
햇볕은 흠 없이 따뜻하게 깔린다



호수와 나무-서시/오규원

 

잔물결 일으키는 고기를 낚아채 어망에 넣고

호수가 다시 호수가 되도록 기다리는

한 사내가 물가에 앉아 있다

그 옆에서 높이로 서 있던 나무가

어느새 물속에 와서 깊이로 다시 서 있다



양철 지붕과 봄비

                                        오규원

 

붉은 양철 지붕의 반쯤 빠진 못과 반쯤 빠질 작정을

하고 있는 못 사이 이미 벌겋게 녹슨 자리와 벌써 벌겋게

녹슬 준비를 하고 있는 자리 사이 퍼질러진 새똥과

뭉개진 새똥 사이 아침부터 지금까지 또닥 또닥 소리를

내고 있는 봄비와 또닥 또닥 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봄비 사이

 

 

봄 /  오규원


저기 저 담벽, 저기 저 라일락, 저기 저 별, 그리고 저기 저 우리 집 개똥 하나, 그래 모두 이리와
내 언어 속에 서라. 담벽은 내 언어의 담벽이 되고, 라일락은 내 언어의 꽃이 되고, 별은 반짝이고,
개똥은 내 언어의 뜰에서 굴러라. 내가 내 언어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너희들도 자유롭게 서고,
앉고, 반짝이고, 굴러라. 그래 봄이다.

봄은 자유롭다. 자 봐라, 꽃 피고 싶은 놈 꽃 피고, 잎 달고 반짝이고 싶은 놈은 반짝이고,
아지랑이고 싶은 놈은 아지랑이가 되었다. 봄이 자유가 아니라면 꽃 피는 지옥이라고 하자.
그래 봄은 지옥이다. 이름이 지옥이라고 해서 필 꽃이 안 피고, 반짝일 게 안 반짝이든가.
내 말이 옳으면 자,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





허공과 구멍 / 오규원 

                           

 나무가 있으면 허공은 나무가 됩니다

 나무에 새가 와 앉으면 허공은 새가 앉은 나무가 됩니다

 새가 날아가면 새가 앉았던 가지만 흔들리는 나무가 됩니다

 새가 혼자 날면 허공은 새가 됩니다 새의 속도가 됩니다.  새가 지붕에 앉으면 새의

 속도의 끝이 됩니다 허공은 새가 앉은 지붕이 됩니다

 지붕 밑의 거미가 됩니다 거미줄에 날개 한쪽만 남은 잠자리가 됩니다

 지붕 밑에 창이 있으면 허공은 창이 있는 집이 됩니다

 방 안에 침대가 있으면 허공은 침대가 됩니다

 침대 위에 남녀가 껴안고 있으면 껴안고 있는 남녀의 입술이 되고 가슴이 되고

 사타구니가  됩니다  여자의 발가락이 되고 발톱이 되고 남자의 발바닥이 됩니다

 삐걱이는 침대를 이탈한 나사못이 되고 침대 바퀴에 깔린 꼬불꼬불한 음모가 됩니다

 침대 위의 벽에 시계가 있으면 시계가 되고 멈춘 시계의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허공은 사람이 되지 않고 시체가 됩니다

 시체가 되어 들어갈 관이 되고 뚜껑이 꽝 닫히는 소리가 되고 땅속이 되고 땅속에

 묻혀서는 봉분이 됩니다  인부들이 일손을 털고 돌아가면 허공은 돌아가는 인부가 되어

 뿔뿔이 흩어집니다

 상주가 봉분을 떠나면 모지를 떠나는 상주가 됩니다

 흩어져 있는 담배꽁초와 페트병과 신문지와 누구의 주머니에서 잘못 나온

 구겨진 천원짜리와 부서진 각목과 함께 비로소 혼자만의 오롯한 봉분이 됩니다

 얼마 후 새로 생긴 봉분 앞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달라져 잠시 놀라는 뱀이 됩니다

 뱀이 두리번거리며 봉분을 돌아서 돌틈의 어두운 구멍 속으로 사라지면 허공은 어두운

 구멍이 됩니다

 어두운 구멍 앞에서 발을 멈춘 빛이 됩니다

 어두운 구멍을 가까운 나무 위에서 보고 있는 새가 됩니다.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시 (2004)




하늘과 침묵 / 오규원

온몸을 뜰의 허공에 아무렇게나 구겨넣고
한 사내가 하늘의 침묵을 이마에 얹고 서 있다.
침묵은 아무 곳에나 잘 얹힌다.
침묵은 돌에도 잘 스민다
사내의 이마 위에서 그리고 이마 밑에서
침묵과 허공은 서로 잘 스며서 투명하다
그 위로 잠자리 몇 마리가 좌우로 물살을 나누며
사내 앞가지 와서는 급하게 우회전해 나아간다
그래도 침묵은 좌우로 갈라지지 않고
앞에 닿으면 잎이 되고
가지에 닿으면 가지가 된다
사내는 몸속에 있던 그림자를 밖으로 꺼내
뜰 위에 놓고 말이 없다.
그림자에 덮인 침묵은 어둑하게 누워있고
허공은 사내의 등에서 가파르다



골목과 아이4 / 오 규 원


급작스레 비가 왔다 양철 지붕 위에 찌그러져 얹혀 있던 해는 어느새 뭉개지고 잠자리 몇몇이 비행 고도를 한번 높였다가 낮추고 다시 높였다가 낮추더니 훌쩍 담을 넘었다 여자 아이 하나는 급히 나무 밑둥에 쪼그리고 남자 아이 하나는 나무에 기대어 섰다 골목 끝에서 소리치며 솟구친 매미 한 마리가 허공에서 다시 솟구치고 나뭇잎들은 일제히 수평을 유지하려고 빗줄기에게 부딪쳐 갔다 다름없이 그곳에 있는 것은 빗줄기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는 허공뿐이다. 비가 오자 지붕은 더 미끄럽고 담벽은 보다 두터워졌다 어느새 남자 아이도 쪼그리고 앉아 한 나무에서 다른 나무로 가는 길과 한 나무에서 문을 닫혀 있는 집으로 가는 길과 닫혀 있는 집에서 다시 나무로 돌아오는 길과 그 길에서 새가 떠난 새집으로 가는 길에 떨어지고 있는 비를 함께 보고 있다.



 거리와 사내 /오규원

 

  한 사내가 앞서 가는 그림자를 발에 묶으며

  호프집 앞을 무심하게 지나가고 있다

  세 사내가 묵묵히 남의 그림자를 길로 밟으며

  호프집 앞을 지나가고 있다

  길 건너편의 플라타너스 잎 하나가

  지나가고 있는 한 사내의 발 앞까지 와서 굴렀다

  한 아이가 우와하하 하며

  앞만 보고 뛰어갔다 





<1>-원피스/오규원-

 


  여자가 간다 비유는 낡아도
  낡을 수 없는 生처럼 원피스를 입고
  여자가 간다 옷 사이로 간다
  밑에도 입고 TV 광고에 나오는
  논노가 간다 가고 난 자리는
  한 物物이 지워지고 혼자 남은
  땅이 온몸으로 부푼다 뱅뱅이
  간다 뿅뿅이 간다 동그랗게 부풀어
  오르는 땅을 제자리로 내리며
  길표양말이 간다 아랫도리가
  아랫도리와 같이 간다
  윗도리가 흔들 간다 차가 식식대며
  간다 빈혈성 오후가 말갛게 깔리고
  여자가 간다 그 사이를 헤집고 원피스를 입고
  낡은 비유처럼

 

<2>-우리 시대의 순수시/오규원-

 

 

  1

  밤 사이, 그래 대문들도 안녕하구나

  도로도, 도로를 달리는 차들도

  차의 바퀴도, 차 안의 의자도

  광화문도 덕수궁도 안녕하구나

 

  어째서 그러나 안녕한 것이 이토록 나의 눈에는 생소하냐

  어째서 안녕한 것이 이다지도 나의 눈에는 우스꽝스런 풍경이냐

  문화사적으로 본다면 안녕과 안녕 사이로 흐르는

  저것은 보수주의의 징그러운 미소인데

 

  안녕한 벽, 안녕한 뜰, 안녕한 문짝

  그것 말고도 안녕한 창문, 안녕한 창문 사이로 언뜻 보여주고 가는 안녕한 성희

  어째서 이토록 다들 안녕한 것이 나에게는 생소하냐

 

  2

  진리란, 하고 누가 점잖게 말한다

  믿음이란, 하고 또 누가 점잖게 말한다

  진리가, 믿음이 그렇게 점잖게 말해질 수 있다면

  아, 나는 하품을 하겠다

  세상엔 어차피 별일 없을 테니까

  16세기나 17세기 또는 그런 세기에 내가 살았다면

  나는 그 말에 얼마나 감동했을 것인가

 

  청진동(淸進洞)도, 그래 밤사이 안녕하구나

  안녕한 건 안녕하지만 아무래도 이 안녕은 냄새가 이상하고

  나는 나의 옷이 무겁다 나는

  나의 옷에 묻은 먼지까지 무게를 느낀다

  점잖게 말하는 점잖은 사람의

  입 속의 냄새와

  아침마다 하는 양치질의 무게와 양치질한

  치약의 양의 무게까지 무게를 느낀다

 

  이 무게는 안녕의 무게이다 그리고

  이 무게는 안녕이 독점한 시간의 무게

  미래가 이 지상에 있었다면 미래 또한

  어느 친구가 독점했을 것을

  이 무게는 미래가 이 지상에 없음을 말하는 무게

  그러니까 이건 괜찮은 일…

  어차피 이곳에 없으니 내가 또는

  당신이 미래인들 모두 모순이 아니다

 

  그대 잠깐 발을 멈추고, 그대 잠깐

  사전을 찾아보라 보수주의란

  현상을 그대로 보전하여 지키려는 주의

  그대 잠깐 발을 멈추고, 그대 잠깐

  사전을 찾아보라 아침의 무덤이 무슨 말 속에 누워

  있는지

 

  말이 되든 안 되든 노래가 되든

  안 되든 중요한 것은 진리라든지 믿음이라는

  말의 옷을 벗기는 일

  벗긴 옷까지 다시 벗기는 일

  나는 나의 믿음이 무겁다

 

  정말이다 우리는 아직도 패배를 승리로 굳게 읽는 방법을

  믿음이라 부른다 왜 패배를

  패배로 읽으면 안 되는지 누가

  나에게 이야기 좀 해 주었으면

  그 믿음으로 위로를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이여,

  나에게 화를 내시라

  불쌍한 내가 혹 당신을 위로하게 될 터이니까

 

  3

  어둠 속에 오래 사니 어둠이 어둠으로 어둠을 밝히네. 바보, 그게 아침인줄 모르고.  바보, 그게 저녁인줄 모르고

  진리는 진리에게 보내고

  믿음은 믿음에게 안녕은

  안녕에게 보내고 내가 여기 서 있다

 

  약속이라든지 또는 기다림이라든지 하는 그런 이름으로

  여기 이곳의 주민인 우편함을 들여다보면

  언제나 비어서 안이 가득하다

  보내준다고 약속한 사람의 약속은

  오랫동안, 단지 오랫동안 기다림의 이름으로 그곳에 가득하고

 

  보내고 안 보내는 건 그 사람의 자유니까

  남은 것은 우편함 또는 기다림과 나의 기다림

  또는 기다리지 않음의 자유

  거리에는 바람이 바람을 떠나 불고

  자세히 보면 나를 떠난 나도 그곳에 서 있다

  유럽의 순수시란 생각컨대 말라르메나

  발레리라기보다 프랑스의 행복 수…

  말라르메는 말라르메에게 보내고 나는 청진동에 서서

 
  발레리는 발레리에게 보내고

  나는 청진동에 서서

  우리나라에게 순수시, 순수시 하고

  환장하는 이 시대의 한 거리에 내가 서서

 

  4

  비가 온다. 오는 비는 와도

  오는 도중에 오기를 포기한 비도

  비의 이름으로 함께 온다.

  비가 온다. 오는 비는 와도

  청진동도, 청진동의 해장국집도 안녕하고

  서울도 안녕하다.

 

  안녕을 그리워하는 안녕과 안녕을 그리워했던 안녕과 영원히 안녕을 그리워할 안녕과, 그리고 다시 안녕을 그리워하는 안녕과 안녕을 다시 그리워할 안녕이 가득찬 거리는 안녕 때문에 붐빈다. 그렇지, 나도 인사를 해야지, 안녕이여, 안녕 보수주의여 현상유지주의여, 밤 사이 안녕,

 

  안녕. 여관에서 자고 해장국집 의자에 기대앉아

  이제 막 아침을 끝낸

  이 노골적으로 안녕한 안녕의 무게가

  비가 오니 비를 떠나 모두 저희들끼리 젖는데

  나와 함께 아니 젖고

  안녕의 무게와 함께 젖는구나.

 

  그래 인사를 하자, 안녕이여

  안녕, 빌어먹을 보수주의여, 안녕.


<3>-오후와 27블록/오규원-
 

  <과채마을> 상점의 여주인 연씨가
  문밖에 서서 유방 위로 올라가는
  브래지어를 두 손으로 끌어내리고
  다시 끌어내립니다
 
  출입문이 열려 있어도 과일과 야채는
  제자리에서 붉고 연두빛이고
 
  상점 앞을 지나는 길은 옆집에서도
  앞을 지나가고
  허공에서는 몸 높이가 다른
  새 몇 마리가 몸 높이가 다르게
  길을 버립니다
 
  상가에서 주택가로 이어지는 길목에서는
  길 위에 실례한 자기의 똥을 집게로
  비닐봉투에 집어넣는 젊은 여주인을
  털복숭이 개가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주성구 베이커리> 주인 주씨가
  아내에게 가게를 맡기고
  골목 뒤의 자기 집에서 낮잠을 자러
  문을 벌컥 나서자
 
  노란 제복을 입은 유치원생 한 무리가
  왼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검지를
  꼿꼿하게 세운 오른손 주먹을 위로 찌르며
  「바꿔」 「바꿔」 하며
  그 앞을 지나가고
 
  자기 집 정원 한 구석에서
  나무에 기대고
  길 건너편에 서 있는
  아이 하나를 보고 있다가
  문득 나무 속으로 들어간 여자가
  다시 나오지 않습니다


<4>-오늘과 아침/오규원-
 

 

 

  땅의 표면과 공기 사이 공기와 내 구두의 바닥 사이 내 구두의 바닥과 발바닥 사이 발바닥과 근육 사이 근육과 뼈 사이 뼈와 발등 사이 발등과 발등을 덮고 있는 바랭이 사이 그리고 바랭이와 공기 사이

 

  땅과 제일 먼저 태어난 채송화의 잎 사이 제일 먼저 태어난 잎과 그 다음 나온 잎 사이 제일 어린 잎과 안개 사이 그리고 한 자쯤 높이의 흐린 안개와 수국 사이 수국과 수국 곁에 엉긴 모란 사이 모란의 잎과 모란의 꽃 사이 모란의 꽃과 안개 사이

 

  덜자란 잔디와 웃자란 잔디 사이 웃자란 잔디와 명아주 사이 명아주와 붓꽃 사이 붓꽃과 남천 사이 남천과 배롱나무 사이 배롱나무와 마가목 사이 마가목과 자귀나무 사이 자귀나무와 안개 사이 그 안개와 허공 사이

 

  오늘과

 

  아침

 
<5>-오디와 전화/오규원-
 


  바람이 불고 전화가 왔다
  바람이 부는데도 수화기를 드는 순간
  전화가 툭 끊어졌다
  바람이 불고 전화가 오지 않았다
  집이 혼자 서 있다
  울타리 너머 바람이 뽕나무에서 불고
  오디가 까맣게 익는다

<6>-뜰과 귀/오규원-

 

 

  뜰의 때죽나무에 날아와 있는 새와 지금 날아온 새 사이, 새가 앉은 가지와 앉지 않은 가지 사이, 시든 잎이 붙은 가지와 붙지 않은 가지 사이, 새가 날아간 순간과 날아가지 않은 순간 사이, 몇 송이 눈이 비스듬히 날아내린 순간과 멈춘 순간 사이, 지붕 위와 지붕 밑의 사이, 벽의 앞면과 뒷면 사이, 유리창의 안쪽 면과 바깥 면 사이, 마른 잔디와 마른 잔디를 파고 앉은 돌멩이 사이, 파고 앉은 돌멩이와 들린 돌멩이 사이, 대문의 안쪽과 바깥쪽 사이, 울타리와 허공 사이, 

 

  허공 한 구석 

  강아지 왼쪽 귀와 오른쪽 귀 사이

 

<7>-동야(冬夜)/오규원-

 

  용서하라, 아직 덜 얼은 저 뜰의
  허리와 저 뜰의 입술
  용서하라, 담 너머로
  다리를 내밀다가 凍死한 가을의 殘骸.
  그리고 다시 용서하라
  더 얼은 내 입이 얼 때까지
  가지 않고 머무르는 겨울을.

  얼지 않은 겨울은 비참하다. 이 비참하고
  긴 겨울의 三綱五倫과
  冬夜를 사랑하는 밤 불빛과
  불빛을 따라가서 자주 外泊하고 오는
  나와
  비러먹을 시를 쓰는 나를

  너는 용서하라
  너는 敗北하라
  나에게 敗北하라.


<8>-강 건너/오규원-
 


  벚고개에는
  산오리나무
  갈림길에는
  표지판 위의 문호와
  서후
  그리고 대지에는
  애기똥풀과
  조팝나무


 
 
<<오규원 시인[吳圭原, 1941 ~ 2008] 약력>>

 

*1941년 경남 삼랑진에서 출생했고,

*부산사범학교를 거쳐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 《현대문학》에 〈겨울 나그네〉가 초회 추천되고, 1968년 〈몇 개의 현상〉이 추천 완료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분명한 사건』, 『순례』,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이 땅에 씌어지는 抒情詩』,

『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 『사랑의 감옥』, 『길, 골목,호텔 그리고 강물소리』, 『토마토는 붉다 아니 달콤하다』,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 , 『오규원 시 전집』 1 ·2 등이 있으며

*시선집 『한 잎의 여자』, 시론집 『현실과 극기』, 『언어와 삶』 등과 『현대시작법』을 상자했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대문학상,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대한민국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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