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갑선시인의 봉당에 있는 청서듦◎

 
 

  회원 : 0   비회원 : 1

오늘 : 12 어제 : 42
최대 : 498 전체 : 604,788


HOME > 문학의향기 > 추천시

 
작성일 : 10-07-29 05:41
[신석정]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글쓴이 : 안갑선
조회 : 2,418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신석정

저 재를 넘어 가는 저녁 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해 합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그리고 나의 작은 명상의 새 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습니까?
이윽고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
그 새 새끼들은 어둠과 함께 돌아온다 합니다.

언덕에서는 우리의 어린 양들이 낡은 녹색 침대에 누워서
남은 햇볕을 즐기느라고 돌아오지 않고
조용한 호수 위에는 인제야 저녁 안개가 자욱히 내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아직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늙은 산의 고요히 명상하는 얼굴이 멀어가지 않고
머언 숲에서는 밤이 끌고 오는 그 검은 치마자락이
발길에 스치는 발자욱 소리도 들려 오지 않습니다.

멀리 있는 기인 둑을 거쳐서 들려오는 물결 소리도
차츰차츰 멀어갑니다
그것은 늦은 가을부터 우리 전원을 방문하는 까마귀들이

바람을 데리고 멀리 가 버린 까닭이겠습니다.
시방 어머니의 등에서는 어머니의 콧노래 섞인
자장가를 듣고 싶어하는 애기의 잠덧이 있습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이제야 저 숲 너머 하늘에 작은 별이 하나 나오지 않았습니까?

 
 

 
게시물 총59건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39 [신석정]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안갑선 07-29 2419
38 [오규원] 들찔에와 향기 / 외 안갑선 07-16 3123
37 [이생진] 벌레먹은 나뭇잎 / 외 안갑선 07-12 3580
36 [정지용] 향수 안갑선 06-27 1963
35 [강동수] 폐선 안갑선 05-31 1625
34 [신용목] 소사 가는 길, 잠시 안갑선 03-14 2118
33 [황병승] 멜랑꼴리호두파이 - 외 안갑선 03-14 4398
32 [서영식] 내객(來客) 안갑선 01-07 1756
31 [임보] 물의 칼 /외 안갑선 10-29 2885
30 [최창균] 오동나무 / 외 안갑선 10-06 1890
29 [이정록] 구부러진다는 것 / 제13회 김달진 문학상 수… 안갑선 09-28 3193
28 [김희업] 책 읽는 여자 (2) 안갑선 08-06 2925
27 [배용제] 꿈의 잠언 안갑선 08-01 2513
26 [정지완] 만월 안갑선 08-01 2161
25 [한혜영] 봄의 퍼즐 (1) 안갑선 07-31 1914
24 [기형도] 정거장에서의 충고 안갑선 07-31 3356
23 [김연주] 아코디언 연주자 -고양이 자세 안갑선 07-30 2865
22 [알렙] 자정무렵 나는 도망중 / 외 안갑선 07-16 1896
21 [나희덕] 길 위에서 (1) 안갑선 07-15 4385
20 [마경덕] 신발론 안갑선 06-23 3743
 
 
 1  2  3  
and 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