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갑선시인의 봉당에 있는 청서듦◎

 
 

  회원 : 0   비회원 : 4

오늘 : 25 어제 : 37
최대 : 498 전체 : 617,871


HOME > 문학의향기 > 추천시

 
작성일 : 11-01-03 23:20
[오규원] 한 잎의 여자 1 2 3
 글쓴이 : 안갑선
조회 : 6,717  
한 잎의 여자. 1 /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 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같은 여자.
슬픔같은 여자
병신같은 여자
시집(詩集)같은 여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한 잎의 여자 2

 

나는 사랑했네. 한 여자를 사랑했네.
난장에서 삼 천원 주고 바지를 사 입는 여자,
남대문시장에서 자주 스웨터를 사는 여자,
보세가게를 찾아가 블라우스를 이천 원에 사는 여자,
단이 터진 블라우스를 들고 속았다고 웃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순대가 가끔 먹고 싶다는 여자,
라면이 먹고 싶다는 여자,
꿀빵이 먹고 싶다는 여자,
한 달에 한두 번은 극장에 가고 싶다는 여자,
손발이 찬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그리고 영혼에도 가끔 브래지어를 하는 여자.
가을에는 스웨터를 자주 걸치는 여자,
추운 날엔 팬티 스타킹을 신는 여자,
화가 나면 머리칼을 뎅강 자르는 여자,
팬티만은 백화점에서 사고 싶다는 여자,
쇼핑을 하면 그냥 행복하다는 여자,
실크 스카프가 좋다는 여자,
영화를 보면 자주 우는 여자,
아이는 하나 꼭 낳고 싶다는 여자,
더러 멍청해지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그러나 가끔은 한 잎 나뭇잎처럼
위험한 가지 끝에 서서 햇볕을 받는 여자.


한 잎의 女子 3

오규원


내 사랑하는 女子,
지금 창밖에서 태양에 반짝이고 있네.
나는 커피를 마시며 그녀를 보네.
커피 같은 女子,
그레뉼 같은 女子,
모카골드 같은 女子,
창밖의 모든 것은 반짝이며 뒤집히네,
뒤집히며 변하네,
그녀도 뒤집히며 엉덩이가 짝짝이가 되네.

오른쪽 엉덩이가 큰 女子,
내일이면 왼쪽 엉덩이가 그렇게 될지도 모르는 女子,
줄거리가 복잡한 女子,
그녀를 나는 사랑했네.

자주 책 속 그녀가 꽂아놓은 한 잎 클로버 같은 女子,
잎이 세 개이기도 하고 네 개이기도 한 女子.
내 사랑하는 女子, 지금 창밖에 있네.

햇빛에는 반짝이는 女子,
비에는 젖거나 우산을 펴는 女子,
바람에는 눕는 女子,
누우면 돌처럼 깜깜한 女子.
창밖의 모두는 태양 밑에서 서 있거나 앉아 있네.

그녀도 앉아 있네.
앉을 때는 두 다리를 하나처럼 붙이는 女子,
가랑이 사이로는
다른 우주와 우주의 별을 잘 보여주지 않는 女子,

앉으면 앉은,
서면 선 女子인 女子,
밖에 있으면 밖인,
안에 있으면 안인 女子,
그녀를 나는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처럼 쬐그만 女子,
女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女子.

쉼트 함량미달 할매를 위하여.
한 잎의 여자 1...내게는 없음.
찾아도 없으면 쌩 까버리게씀.

닥터지바고, 빨간머리앤이 자작나무를....
뜬금없이..물푸레 나무가 좋아지게 한 시.
0145....

이제, 대찌?
슬픔과 분노는..
이제그만 잊어..


 
 

 
게시물 총59건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59 [오규원] 한 잎의 여자 1 2 3 안갑선 01-03 6718
58 [박두진] 청산도 안갑선 03-01 6195
57 [황병승] 멜랑꼴리호두파이 - 외 안갑선 03-14 4469
56 [나희덕] 길 위에서 (1) 안갑선 07-15 4459
55 [기형도] 노을 안갑선 11-11 4163
54 [마경덕] 신발론 안갑선 06-23 3813
53 [황지우]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안갑선 07-14 3653
52 [이생진] 벌레먹은 나뭇잎 / 외 안갑선 07-12 3646
51 [기형도] 정거장에서의 충고 안갑선 07-31 3400
50 [문인수] 식당의자 - 미당문학상 수상 외 안갑선 07-12 3362
49 [이정록] 구부러진다는 것 / 제13회 김달진 문학상 수… 안갑선 09-28 3228
48 [오규원] 들찔에와 향기 / 외 안갑선 07-16 3202
47 [정희성] 시인 본색 안갑선 07-04 3026
46 [김희업] 책 읽는 여자 (2) 안갑선 08-06 2960
45 [임보] 물의 칼 /외 안갑선 10-29 2942
44 [김연주] 아코디언 연주자 -고양이 자세 안갑선 07-30 2900
43 [박상순] 6은 나무 7은 돌고래, 열번째는 전화기 안갑선 07-14 2861
42 [최형심] 겨울은 철거를 기다린다 안갑선 10-08 2833
41 [마경덕] 모래수렁 안갑선 08-28 2731
40 [김상미] 똥파리* 안갑선 09-08 2676
 
 
 1  2  3  
and 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