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갑선시인의 봉당에 있는 청서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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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3-24 06:27
[김나영] 활
 글쓴이 : 안갑선
조회 : 1,686  


1961년 경북 영천출생. 1998년《예술세계》로 등단.
2005년,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받음.
시집 『왼손의 쓸모』, 『수작』.
〈다층〉동인,


활 / 김나영  


  노인이 길을 간다 허리춤 <소생접골원> 안에 쓸만한 햇살 꿰차고 길을 간다 갈수록 늘어나는 물음표와 난수표 같은 세월 등에 들춰 업고 길을 간다 수많은 목표물과 버팅겼을 저 등, 수 천 번 시위를 받아 안았을 저 등, 수많은 과녁을 교정했을 저 굽은 등에 햇볕이 파스처럼 달라붙어 있다 조금 전 접골원을 나온 저 노인 지금은 어느 과녁 조준하기 위해 발길 옮기는 중일까 얼마나 무거웠으면 저리 늘씬 휘어졌을까 저 활, 시위가 팽팽하다 목표물에 가까이 온 모양이다 과녁이 활을 점점 세게 끌어당기고 있다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과녁인 저 노인, 잔뜩 휘었다


 
여름의 문장 / 김나영


공원에 앉아서 책을 읽는다.
곁에서 서성거리던 바람이 가끔씩 책장을 넘긴다.
길고 지루하던 산문(散文)의 여름날도 책장을 넘기듯 고요하게 익어가고
오구나무 가지 사이에 투명한 매미의 허물이 붙어있다.
소리 하나로 여름을 휘어잡던 눈과 배와 뒷다리의 힘,
저 솜털의 미세한 촉수까지도 생생하게 붙들고 있다.
매미의 허물 속으로 입김을 불어 넣어주면
다시 한 번 여름을 공명통처럼 부풀려 놓을 것만 같다.
한 떼의 불량한 바람이 공원을 지나고
내 머리 위로 뚝 떨어지는
저 텅 빈 기호 하나,
정수리에서부터 등까지 북 내려 그은
예리한 저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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