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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3-21 21:34
[김왕노] 나팔꽃 필사본
 글쓴이 : 안갑선
조회 : 811  
나팔꽃 필사본

김왕노

악착같이 철조망을 타오르던 나팔꽃이
마른 씨방 안에 남긴 까만 씨앗들
꼬이고 적의가 가시로 돋은 철조망이라는
굴곡진 삶의 길을 타지 않았다면
어떻게 저 청정지역에 씨방을 올려놓을 수 있었으랴

바람에 흔들릴수록 씨앗은 더 까맣게 여물어간다.
온몸으로 나팔꽃이 쓴 저 불멸의 필사본
가끔은 마두 금을 타듯 별빛이 스쳐가는 밤이면
온몸으로 울고 싶은 날이 찾아오기도 할 테지
때로는 삶은 동 떨어진 곳에서 저렇게 속이 타듯
필사의 힘으로 까맣게 여물어 가야하므로

혹한의 날씨가 겹겹이 밀려오자 저 나팔 꽃씨
스스로 겨울 밑불이 되어 더 뜨거워져 온다.
파란 하늘을 향해 그리움 하나만으로 기어오르다가
드디어 멈춘 저 영하의 정점에
그리움을 집대성한 저 까만 나팔 꽃씨, 저 생명의 불씨를
단숨에 깨물어 먹어버리려 겁 없이 달려들었던
허기진 바람의 이빨에 지금은 톡톡 금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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