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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7-12 09:26
[문인수] 식당의자 - 미당문학상 수상 외
 글쓴이 : 안갑선
조회 : 3,361  



1945년 경북 성주 출생
1985년 <심상>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옴
대구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노작문학상
미당문학상 수상
시집 『늪이 늪에 젖듯이』, 『세상 모든 길은 집으로 간다』
『뿔』,『홰치는 산』,『쉬!』『배꼽』등 다수






식 당 의 자  / 문 인 수


 장맛비 속에, 수성못 유원지 도로가에, 삼초식당 천막 안에,
흰 플라스틱 의자 하나 몇 날 며칠 그대로 앉아있다.
뼈만 남아 덜거덕거리던 소리도 비에 씻겼는지 없다.
부산하게 끌려 다니지 않으니, 앙상한 다리 네 개가 이제 또렷하게 보인다.

 털도 없고 짖지도 않는 저 의자, 꼬리치며 펄쩍 뛰어오르거나 슬슬 기지도 않는 저 의자,
오히려 잠잠 백합 핀 것 같다.
오랜 충복을 부를 때처럼 마땅한 이름 하나 별도로 붙여주고 싶은 저 의자,
속을 다 파낸 걸까, 비 맞아도 일절 구시렁거리지 않는다.
상당기간 실로 모처럼 편안한, 등받이며 팔걸이가 있는 저 의자,
 
 여름의 엉덩일까, 꽉 찬 먹구름이 무지근하게 내 마음을 자꾸 뭉게뭉게 뭉갠다.
생활이 그렇다.
나도 요즘 휴가에 대해 이런 저런 궁리 중이다. 이 몸 요가처럼 비틀어 날개를 펼쳐낸 저 의자,
 
 젖어도 젖을 일 없는 전문가, 의자가 쉬고 있다.




 문인수 시인 약력

▶1945년 경북 성주 출생
▶85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뿔』(92년) 『동강의 높은 새』(2000년)『쉬!』(2006년) 등 다수
▶김달진문학상(2000년) 노작문학상(2003년) 편운문학상(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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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문학상 심사평
 
  제7회 미당문학상 수상작으로 문인수(61)씨의 시 '식당의자'가 선정됐다.
미당 서정주(1915~2000)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제정된 미당문학상은
상금 3000만원으로 국내 최고 액수다.
모두 26명의 심사위원이 투입됐고, 8개월 동안 81종의 문예지를 검토했다.
 논의 끝에 마련한 심사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상에 대한 예사롭지 않은 발견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
둘째, 응결 혹은 형상화의 미학이 있어야 한다. 셋째, 가독성과 흡인력이 높아야 한다.
넷째, 미당의 문학성과 상관성이 있으면 더 좋다.
다섯째, 독자의 나태한 일상을 흔들고 긴장케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최종 후보에는 젊은 시인과 원로급 시인이 두루 있었다.
이장욱·손택수·김행숙은 개성있고 세련된 언어를 구사하지만 연륜·안정성·가독성 문제가 제기됐다.
김경주는 비유와 시적 공간의 세련성에서 관심을 끌었지만 수상작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결국 문인수가 남았다. 그의 시가 기준에 가장 근접해 있었다.
태작 없이 대부분 높은 완성도를 가졌고, 원숙기에 들어섰으며,
그의 작품 몇 편이 계속 수상 후보로 거론되었다는 점이 그의 치열한 시 정신과 함께 인정됐다.
그 중 ‘식당의자’와 ‘공백이 뚜렷하다’를 놓고 마지막 격론이 있었다.
두 작품 모두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예사롭지 않은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발견의 충격과 시적 에스프리의 매력은 ‘공백이 뚜렷하다’가 더 강하다.
그러나 ‘공백이 뚜렷하다’는 더 높은 정신으로 응결되지 못한 개인적 삶의 허무를 노래한다.
이에 비해 ‘식당의자’는 언뜻 기시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삶의 근저에 닿아있다.
버려진 식당의자를 소외된 존재와 연결하는 비유적 상상력은 평범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평범에서 비범의 긴장과 의미를 유지하는 것이 장점이다.
또 소외된 존재에 대한 연민이라는 주제는 멋진 허무의 포즈보다 신뢰감이 높다.
기발한 시적 공간도 아니고 목소리도 낮지만 겸손한 진정성과 섬세한 미학성이 잘 결합된 수작이다.
오래 머물면 마음이 맑아지는 예쁜 굴곡과 무늬가 숨어있다.
미당문학상의 영예는, 오래된 기억같은 작품 ‘식당의자’에 주어졌다.

 ◆심사위원=황현산·이시영·황지우·김혜순·이남호(대표집필 이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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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시인에 관하여 - 비주류의 승리

  문인수씨는 이른바 '변방의 시인'이었다.
42세에 문예지 '심상'으로 등단한 늦깎이이고, 대구를 무대로 활동하는 지방 시인이다.
무엇보다 그의 최종 학력은 고졸이다. 동국대 국문과를 6개월만 다녔을 따름이다.
시인은 "허위 학력 파동으로 소란스러운 이때 큰 상을 받게 돼 감개가 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인수 시인의 수상 소식은 우리에게 분명하고도 귀한 사실 두 가지를 일러준다.
역병처럼 떠도는 ‘간판주의’가 아직은 더럽히지 못한 영역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그 하나이며,
그놈의 ‘짝퉁’이 오로지 시인의 영토엔 침범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다른 하나다.
 문인수 시인은 42세에 문예지로 등단했고, 대구에 거주하며, 최종 학력은 고졸이다.
어느 조건도 이른바 ‘주류’와 거리가 있다. 그런데도 올 미당문학상은 문인수 시인의 손을 들었다.
문인수 시인의 수상은, 마흔 줄에 들어서야 비로소 등단한, 지방 거주 고졸 시인이
국내 최대 규모의 문학상을 받았음을 의미한다. 하여 그저 고맙고 마냥 반가운 것이다. 

 문인수는, 그 연배와 상관없이 2000년대 시인이다.
문인수란 이름이 중앙 문단에서 거론된 건 2000년부터다.
시인은 그때, 쉰다섯의 나이로 김달진문학상을 받는다.
중앙 문단에서 문인수에게 수여한 최초의 상이다. 시인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그때 나는 스스로 시 쓰기에 무슨 발동이 새로 걸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말하자면 시 쓰는 일이 어느 때보다 재미가 났으며 은근히 혼자 신명이 붙어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때부터 이런저런 문학상 후보에 자꾸 이름이 올라가곤 했다.”

 미당문학상 최종심에 문인수란 이름이 처음 보인 건 이태 전이다.
그때부터 시인은 해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2005년 미당문학상 최종 심사 때 일화다.
최종 심사를 맡았던 정현종 시인이 문인수의 작품을 읽고서 한 마디 평을 얹었다.
 “이 친구, 아무리 봐도 지금이 전성기야.”
 그때 시인의 나이 예순이었다. ‘환갑에 맞은 전성기’란 말은 이때부터 그를 따라다녔다.
특히 지난해 초 발표한 여섯 번째 시집 『쉬!』는 문단 안팎에서 높은 관심을 불러모았다.
이 시집으로 그는 시와시학상·편운문학상 등 네 개의 문학상을 잇달아 거머쥔다.

 문인수의 시는 야생의 시다.
문인수의 시는 온갖 정성 기울여 가꾸는 화분 안의 화초가 아니다.
저 넓은 들판 어디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피어나는 야생화다.
세상의 어떤 문학 교과서에서도 볼 수 없는 감각과 표현이 그의 시에선 늘 파닥거리고 꿈틀댄다.
앞서 적은 대로, 시인은 번듯한 시 수업 한 번 받아본 적 없다.
그래서 시인은 여태 길들이지 않을 수 있었다. 삶의, 아니 시의 아이러니다.

 수상작 ‘식당의자’에서도 전혀 예기치 못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장맛비 맞아가면서도 시인, 대구 근처 유원지로 놀러 나갔던 모양이다.
하나 시인의 눈에 들어온 건 요란스런 유원지 풍광이 아니었다.
겨우, 허술한 식당 천막 안에 놓인 플라스틱 의자였다.
 궂은 날씨 탓에 식당을 찾은 손님은 천막 아래 의자에 앉지 않는다.
사람이 앉지 않았기에 의자는 지금 쉬고 있는 거다. 등받이나 팔걸이도 편안히 보이게 된 거고.
다시 말해 의자는, 장맛비 아래에서만 비로소 숨을 돌릴 수 있다.
그 의자의 속내를, 시인은 헤아린 거다. 

 
  쉬!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하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었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따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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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북


저 만월, 만개한 침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 먼 어머니,
아무런 내용도 적혀 있지 않지만
고금의 베스트셀러 아닐까
덩어리째 유정한 말씀이다.
만면 환하게 젖어 통하는 달,
북이어서 그 변두리가 한없이 번지는데
괴로워하라, 비수 댄 듯
암흑의 밑이 투둑, 타개져
천천히 붉게 머리 내밀 때까지
억눌러라, 오래 걸려 낳아놓은 대답이 두둥실 만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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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대


한 노인이 방파제 위를 걷고 있다.
한쪽은 잔잔하고 한쪽은 들끓는다.
눌린 어깨가 저려서 돌아놉거나
귀가 당겨서 또 돌아누울 때처럼 오늘도
방파제 위를 여러 차례 운동 삼아 왕복하고 있다.
비대칭의 탄탄대로여.
노인의 걸음걸이가 많이 불편하다.
그러나 주춤 주춤 밀어붙였을까
장대한 등대가 천천히 방파제 끝에서 일어서고
노을이 진다.
수평선 너머 붉게 내려가는
노인의 그물이 커다란 새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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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길에서 늙다


  쟁기 대듯 잔뜩 등 구부리게 된다

  이랴, 이랴, 저를 몰게 된다.

  가파를수록 잘 보이는 너덜거리는 몸, 헌 몸엔 연어의 길이 구절양장 나 있다.
  시절, 시절이여 자꾸 발을 거는, 마음에 결리는 돌부리가 많다. 그 온갖 거짓과
  칼을 문 말들이, 그렇구나 온통 그대 상처, 세상의 이 거친 너덜이 되었구나,
  이제 혀 내밀어 밭을 갈게 된다.




   /  문인수 


 


말이 되지 않는다. 손아귀에 꽉 꽉 꽉 구겨 쥔 에이 포 용지를 냅다 방구석으로 던졌다. 어, 처박힌 종이 뭉치에서 웬 관절 펴는 소리가 난다. 뿌드드드 드드 부풀어오르다, 부풀어오르다, 이내 잠잠해 진다.

종이도 죽는구나

그러나 입 콱 틀어 막힌 그 마음의 밑바닥에 얼마나 오래 눌어붙어 붙어먹었으면, 그리고 그 무거운 암
흑의 産道를 얼마나 힘껏 빠져 나왔으면 그토록 환하게 뼈 부러지게 기뻤을까

누가, 날 구겨 한 번 멀리 던져다오

 

 

 

달북  /  문인수

  

 

  저 만월, 만개한 침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 먼 어머니,

  아무런 내용도 적혀있지 않지만

  고금의 베스트셀러 아닐까,

  덩어리째 유정한 말씀이다.

  만면 환하게 젖어 통하는 달,

  북이어서 그 변두리가 한없이 번지는데

  괴로워하라, 비수 댄 듯

  암흑의 밑이 투둑, 타개져

  천천히 붉게 머리 내밀 때까지

  억눌러라, 오래 걸려 낳아놓은

  대답이 두둥실 만월이다.

굿모닝

 

                   -문인수-

 

 

어느날 저녁 퇴근하는 아내에게

느닷없이 굿모닝! 그랬다

아내가 웬 무식? 그랬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후 매일저녁 굿모닝 그랬다

그러고 싶었다

이제 아침이고 대낮이고 저녁이고 밤중이고 뭐고

수년째 굿모닝 그랬다

한술 더 떠아내의 생일에도 결혼기념일에도

여행을 떠나거나 돌아올 때도 예외없이 굿모닝!

그랬다.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 수고했다 해야 할

때도 고저장단을 맞춰 굿모닝! 그런다

꽃바구니라도 안겨주는 것처럼 굿모닝! 그런다

그런데 이거 너무 가벼운가,

아내가 눈 흘기거나 말거나 굿모닝, 그런다

그 무슨 화두가 요런 잔재미 보다 더 기쁘냐 깊으냐

마음은 통신용 비둘기처럼 잘 날아간다

나의 애완 개그, "굿모닝"도 훈련되고 진화하는 것 같다

말이 너무 많아서 복잡하고 민망하고 시끄러운 경우도

종종 있다, 엑기스, 혹은 통폐합이라는게 참 편리하고

영양가도 높구나 싶다

종합비타민 같다 일체형 가전제품처럼 다기능으로 다 통한다

아내도 요즘 내게 굿모닝, 그런다 나도 웃으며

웬 무식? 그런다 지난 시절은 전부 호미자루처럼

노루꼬리처럼 짤막짤막했다

바로 지금 눈앞의 당신,

나는 자주 굿모닝!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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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의 「굿모닝」을 배달하며



느닷없이 엉뚱하게 ‘굿모닝!’하시는군요. 그것도 고저장단을 맞춰서.

‘굿모닝!’ 인사하면 시도 때도 없이 아침처럼 싱그럽겠지요. 이렇게 설레게

하는 말을 찾아보세요. 종합비타민 같은 말을.

제 주변에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어우아!’라고 흥겹게 말하는 수행자가

한 분 계신데 그 말씀 참 좋더군요. 그분은 살핌 없이, 무턱대고, 무조건

‘어우아!’라며 입을 쩍 벌리시지요.

그 말씀을 들으면 곤란에 빠져 있다가도 뻥긋이 웃게 되고,

나도 따라 ‘어우아!’에 감염되고 말더군요.

푸릇푸릇한 미나리 같이 싱싱한 말, 쑥처럼 향긋한 말을 생각해보세요.

행복 전도사가 되어 보세요. ‘굿모닝!’입니다




문학집배원  시인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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