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詩 안갑선
저수지에 사람이 인쇄된 판박이를
풍경과 함께 문지른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
월척급 물고기도 원줄 잡고
은비늘 나부끼며 시원스럽게 수상스키 타는 모습
함께 그려 넣으니 즐거운 것
그러나 판박이 자국이 오래도록 남는다면 그것은
보릿고개 넘듯 허기진 배 끈으로 질끈 묶고
험난한 물고개 넘는 찌 같은 인생
통근버스 타고 도로를 달리는 사람들 보며
가슴의 응어리 녹은 찐득찐득한 소금 온몸 범벅되어도
처음은 낯설었으나
점차 몸에 익는다는 것이 슬픈 것
캐미에 밀려 스러지고 말았지만
무성히 자란 카바이드 불꽃이 만발했던
한 때 불꽃의 가시였을지도 모를 모기가
혈관에 빨대 꽂고
배 터지도록 몸피 불리며 만찬 즐겨도
잠시나마 쉴 수 있으니 명당이라는 생각
구 강태공은 빈 바늘로 세상을 낚았지만
신 강태공은 세월을 낚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