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에 바람이 엎질러지면서
사과나무 이야기 가득 담긴 주머니들이 보채는 것을 보았다
후드득 떨어져 우는 것을 문득 보았다
소문이 빨갛게 벗겨지면서
뿌리의 완력 풀지 못한 채 몸서리치는 것도 보았고
철조망에 기대어 자기 몸 찢기는 줄도 모르고
카르르 웃는 현수막도 보았다
비바람이 엎질러진 진로를 예보한 국토
엉덩이 들썩거린다
몇몇 도시는 벌써 배를 움켜잡고
응급실로 향하고 있다
항구에 정박했던 배는 육지로 뛰쳐 오르고
거만하게 앉아 있던 산이 자리 털고 일어나
바위 모근까지 뽑아 흔들고 있다
바람살에 흔들리지 않은 것이 없고
폭우에 쓸려가지 않는 것이 없는데
뒷북치며 꽹과리 치는 입은 여전히 물장난 중이라
갈대는 그만 할 말 잃고 돌아서서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