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강
詩 안갑선
태양 무게에 살갗이 눌려 땀이 육체이탈을 꿈꾸는 도시
깎아지른 회색건물 사이로 이글거리는 아스팔트강 흐른다
나는 여유롭게 자전거 서핑을 즐기고 있다
여자도 물컹거리는 아스콘 펄에서
짧은 미니스커트 입고 헤엄치고 있다
새와 새가 빌딩 협곡 사이 누비며 래프팅 놀이한다
도시를 벗어난 한적한 강에서는
오래전 서식지였던 고향 찾아 말조개의 속삭임을 들으려는 듯
야영하던 족제비가 납작 엎드려 수면에 귀 기울이고 있다
개구리는 물수제비 뜨고 있고
고양이는 배영으로 물살 가르고 있다
잠수한 뱀은 아직도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았는데
아하
흰 페인트로 그려진 사람 모양의 수면화[水面畵] 한 폭
화가는 보이지 않고 그림 그리던 잔재만 어지럽게 떠다닌다
그 위를 급물살 가르며 힘겹게 걷는
노인의 굽은 등판위로 붉은 석양이 수장되고 있다
네온사인에서 별이 떨어진다
바다로 산으로 떠났던 회귀 어종 고기떼가
눈에 붉은 불 켜고 몰려든다
어부는 빌딩숲으로 흐르는 여울목에서 그물 치고 있다
나는 소용돌이치는 선풍기 껴안고 피안의 세계로 도피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