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동물의 왕국을 봤다
詩 안갑선
그날 밤
하이에나 날카로운 이빨이 내 살점 쫓아 초원을 질주하고 있다.
평생 제주도에 딱 한 번 다녀온 내가, 아프리카 정글을 헤치며 늪지대 건너고 있었을 때, 악어 떼 습격을 받았다. 호주의 한 도시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는 소 잡아먹었던 트럭만 한 괴물 악어는 아니었을까, 거대한 입 구조가 확인되려는 위기 순간 하이에나의 추격 받으며 폐가 터질 것 같이 초원을 달리고 있다. 나는 하이에나 뒤쫓고 있다. 땅을 굽어보며 도망자의 모습 감상하는 나는 독수리, 정글을 불태우는 노을 속 자유롭게 날고 있다. 아니, 들소 사채의 마지막 살점 찾아 뼈와 뼈 사이 미로를 헤매는 나는 굶주린 독수리, 멀리서 포효소리가 들린다. 나무그늘 아래서 갈기를 휘날리고 있는 사자 한 마리, 나는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구아바 파파야 공물 바치며 머리 조아리는 원숭이, 건기다. 강은 여윈 뼈대로 나뒹굴고 있다 강이 세워 놓은 벼랑을 오르지 못해 밟혀 죽는 누우떼, 나는 거기 있었다. 아내의 다리를 가슴으로 받쳐 들고, 아마도 아내가 저녁에 본 막장 드라마를 꿈꾸는듯하다.
"2011년 천안문학 51집 여름호에 발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