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

詩  안갑선

 
영정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나데
살아오신 날 읽는데 일생이 기막히게 짧게 읽히데 
관계가 미약해서, 그것밖에 안 돼서,
 마지막 지우는 잊히는 시간인 듯
향이 허공 틈으로 스며든다
낡고 헤진 인생 노트
가족의 행복을 여백에 채우지 못하고 힘겹게 덮으신 사연을
상주와 문상객의 촉촉해진 눈빛에서 읽는다
묵묵히 술을 마셨다  
어둠도 잔의 의미 아는지 짙게 도색했다
삶을 움켜잡고 놓아주지 않을 사람 있었겠는가만,
형님 허공은 유난히 낮고 두껍고 질겼던 것 같다
그 허공 뜯어내려 마음고생 하며 
아무 곳 아무렇게 박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존재만이라도 원했던 형수 
허무의 둔기에 맞아 가냘프게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천안낭송문학회 시와울림에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