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개
詩 안갑선
고목이 웅장하게 서 있다
혀를 땅에 늘어뜨리고
숨을 헐떡거리는 개 한 마리
얼마쯤 지나
형체도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에
고목이 통째로 옮겨져 뙤약볕으로 내몰렸다
화들짝 놀란 개가 귀를 쫑긋거린다
마침 장기 두던 노인 입에서
파랑같이 들려오는 "복" 소리
다리 난간 허연 맨땅에
개 형태 그늘이 만들어졌다
동네 사람들 둘러앉아
그늘을 허겁지겁 쪼아 먹는다
놀란 개가 목줄만 남겨둔 채 줄행랑친다
다음 날
강아지는 쫄랑거리며 어미 찾아
노인 얼굴 핥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