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06-2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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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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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안갑선
 조회 :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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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외도
詩 안갑선
집 나가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가출이라 말하지 말고 외도라고 말하자
오죽하면 따순 방바닥 등지고 떠났겠는가
늦은 밤 수로마다 썰물과 밀물 뒤척이는 저 소리,
별은 잠들 지언정 서울의 섬이 잠들지 못하는 저 소리,
도시의 섬으로 길 잃고 떠 내려와 출렁이는 저 소리,
녹슨 쇠사슬 늘이고 가슴팍에 곱사등처럼 상심 쌓는 저 소리,
승선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 위해 정상에 돛대를 꽂으려는 저 소리,
그리하여 신문지 깔고 좌초되었던 한 척의 배가 뜨려는 저 소리,
녹슨 구동력 힘차게 돌리며 뜨려는 저 소리,
24시간 눈꺼풀 없이 모항을 향해 뜨려는 저 소리,
삶의 묵은 무게를 잠시 벗었을 뿐인데
상대성 탄력에 가벼워져 날아가 다시 돌아오려 물질하는 저 소리,
몇날 몇일, 몇 해 걸쳐 번뇌와 정사를 끝내려는 저 소리,
너도 가고 나도 갈 수 있는 수렁의 섬
꿈엔들 동경한 적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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