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한 이야기
詩 안 갑선
길을 잃어 본 적 있는가
누구에게 버려진 적 있는가
무엇이 되고 싶다면 나는
활자였으면 좋겠다
인쇄지는 펄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삶을 관심 있게 읽으며 밑줄 긋는 말조개가
나의 고객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의 글을 맛있게 먹는 게가
나의 고객이었으면 좋겠고
나의 글 위에서 신명나게 뛰노는 짱뚱어가
나의 고객이었으면 좋겠다
해일, 폭풍우를 뒤집어쓰고도 의연하게 펄을 읽는
낙지 조개 고동 감태 매생이처럼
활자가 깨져 뭉그러진 사연 배달해도
다정하게 읽어줄 단골손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활자였으면 좋겠다
펄에 좌초되어 방치된 배 한 척의 진솔한 이야기를
거친 바다 헤치며 오대양 누비는 배로
출항하고 싶다, 쓰고 싶다 라고 적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