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11-07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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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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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안갑선
 조회 : 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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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詩 안갑선
계절의 선상에서 아리도록 시린 가을을 만났다. 은행나무가 외로운 한 여자로 보인다. 바람의 삭정이에 걸려 실오라기 올이 한올 한올 풀리자 흘러내리는 뽀얀 속살, 그녀의 옷을 챙기던 나는 욕정이 발동하는 듯 아랫도리가 수상하여 더는 행보를 못한다. 문뜩 나체에 밀착된 특급비밀을 발견했다, 그녀 몸속으로 흡입되어 문신처럼 탈각된 매미, 칠 년 동안 간직했던 성을 뜨겁게 불태웠던 정사의 흔적이다.
나는 물감 없는 한 폭의 수채화 남은 빈자리에 붉게 흠뻑 물든 가로수를 모두 그려 넣는다. 현란하게 쏟아지는 색색 물감칠해진 실오라기가 육신을 가린다. 가을이 친 그물에 나는 걸려든 것이고 가로수가 포진하는 동안 나도 한 폭의 수채화가 되어 카페의 창문 통해 거리의 액자로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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