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화지5 / 다리 위 풍경
詩 안갑선
다리 위에서 시냇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위에 앉아 있던 물고기 한 마리
나무 위로 풀 위로 절벽 위로 구름 뚫고 새와 나란히
폐타이어 속으로 돌무더기 위로...
다리 위에 있던 나도
물고기와 함께 잔물결 헤치며
나무 위로 풀 위로 절벽 위로 구름 뚫고 새와 나란히
폐타이어 속으로 돌무더기 위로 평화롭게 날고 있었다
그러한 물고기의 허공에 발 담그자
물고기의 하늘이 무너지고 구겨졌고
물고기들은 사방으로 불시착했다
그러한 나의 하늘도 무너지고 구겨졌다
자리를 비켜주자 하느작거리는 갈대가 물의 꽃이 되고
자전거도 물의 하늘을 난다
화합여행 떠나려는 타임머신이랄까
어항을 놓았다
물고기들이 순조롭게 승차한다
잠시 후 주방에서는 추진체에 점화될 것이다
일단 분리된 선체를 도킹시켜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