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나무

 

詩  안갑선

 

고요가 머문 산 중턱에 물씨 한 알 떨어졌다
산을 간질이며 살던 벌레를 밀치고
조금씩 싹을 하늘로 밀어 올린다
물씨는 무럭무럭 자라 태풍에 넘어진 상수리나무만 해졌다
물나무는 땅을 헤치며 수많은 가지를 뻗었다 
수액을 빨아먹으며 사는 물고기가 생겨 새들도 날아 들렀고
수많은 시련의 바람은 까슬까슬한 껍질을 만들었다
날씨가 장난칠 때마다 꺾이고 베어져 옹이가 생겼다
벌레도 생기고 병치레하면서
커졌다 작아졌다 반복하며 튼튼하게 자랐다
몸집도 거대해지고 까마득한 거리까지 자라
동네 아이들도 물나무에 올라
잎이 되어 놀다가 집으로 가고는 한다
물나무는 나무의 꿈을 키웠던 삭정이를 떼어 놓기도 한다
씨앗에서 물나무로 물나무에서 가지로 가지에서 가지로
하나 되어 받쳐 든 거대한 꽃 피웠다
짭조름한 향기가 난다
배 한 척이 이쪽 꽃잎에서 저쪽 꽃잎으로 기어간다
섬이라고 하는 열매가 툭툭 걸린다
고래가 찢어 놓은 꽃잎에
노을이 걸려 대롱거리며 흔들리고 있다
그곳에는 팽팽히 당겨진 수평선이 있었다
동경을 바라보며 어머니 불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