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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7-2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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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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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안갑선
 조회 :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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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詩 안갑선
탁탁탁탁 -
잘게 썰리는 달빛
사내는 바지 주머니에 벌레 한 마리 담고 도마 위를 걷는다
시퍼런 칼날 피해 좌우로 벌레가 머리 쳐든다
사내는 여자 향수 뒤따르며 벌레집 짓는다
쪽방 벽면 담배꽁초며 화장지가 꽃이 되어 피어 있다
끙 - 누군가 하루의 고된 일 끝내고 누워 신음하는 소리
꽃을 빼들고 어둠이 도사린 판자의 못 구멍 통해 허연 흰자위 넓힌다
잎사귀 위에서 사지 떨며 괴로워하다 무너지는 형체를 본다
노크 소리와 함께 벌레집이 완성되어
누군가 지나갔을 법도 한 질펀한 길에 첫 발을 옮긴다
별을 헤아릴 수 있는 창 찾아 목 늘이고
땅속으로 함몰되는가 싶으면
비호처럼 칼 휘두르고 기 모아 발출한다
톡 - 누군가 꽃이 걸렸던 벽면으로 검은 눈동자 내던지고 있다
벌레는 마지막 춤사위 추며 지나다녔던 길 위에 흥건한 자국 남겼다
사내는 벌레를 부축하고 조져지는 달빛 등에 업고 집으로 돌아와
깜빡거리는 형광등 아래 눕는다
벌레도 사내 옆에서 늘어져 눕는다
2006.02.18.토.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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