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안갑선


시인과 나는 9,900원 짜리 바다를 찾아갔다
출렁이는 파도는 이른 저녁 벌써 잠들었는지
잔잔한 수평선에는
알 전구와 형광등 불빛만이 물질하고 있다
바다의 옆구리를 간지르자
주인이 말하는 재료가 바다를 벗고
도마 위에 올라 포즈를 취한다
시인과 나는 플래시를 터트리며 마른침 삼킨다
겸상을 한 재료는 두 가락 연장을 맨살로 잡아당긴다
지느러미와 뱃살의
달작지근하고 쫀득쫀득하게 들려주는 수다를
시인과 나는 오물거리며 듣는다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짭쪼름한 바다에서 이렇게 연하고 순한 오묘한 맛을 낼 수 있는지
그가 살아온 내력을 조근조근 밝히는 중이다
탁자 밑에서 술병이 비틀거리고
혼미해지는 정신은 바다로 바다로 빠져들고 있다
냄비에 휑한 몸으로 누워
뼛속깊이 압축하여 숨겨 왔던 일급비밀을
여과 없이 보글보글 배수하는 진한 수다에
꼬불거리는 혀 따라 젤리 같은 언어 밟으며 용궁을 거닌다
시도 펄떡거리며
연하고 순한 오묘한 맛을 낼수 있는지
우럭을 입안으로 은밀하게 불러 놓고
잘근잘근 씹으며
시인과 나는 오감을 열고 잠수시업[潛水詩業]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