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문학의향기 > 추천시

작성일 : 10-08-28 02:46 [이기철] 봄이 오면 나는 보라색 연필을 사러 간다  글쓴이 : 안갑선 조회 : 3,122   봄이 오면 나는 보라색 연필을 사러 간다 /  이기철   낯 선 곳으로 편지를 쓰기 위해 봄이 오면 나는 보라색 연필을 사러 간다 내가 쓰는 편지는 아무 곳에도 도착 하지 않을 것임을 나는 안다 그러면서도 나는  대문을 나와 골목을 지나 아무 데도 없을 상점으로 보라색 연필을 사러 간다 봄이 펴놓은  색지가 걸어가는 내 발을 보라빛으로 물들인다 작년에 심던 나무의 신발이 작아 보인다 농구 선수 같이 물씬 커버린 나무에게 더 큰 신발을 사 주어어야 한다 아침이 지나고 저녁이 와도 나는 보라색 연필을 사지 못할 것임을 안다 연필을  사는데 일생이 걸릴 것임을 나는 잘 안다 땅속에 묻힌  씨앗들에게 너희에게도 영혼이 있느냐 물으며 아직도 찾아가지 않은  세상의 약속들을 위해 설령 상점이 없다 해도 나는 그 곁에서 보라빛 꿈을 꾸는 것으로 족할 것이다 내 쓰는 편지가 끝내 봄에게 부치는 편지였음을 마지막 구절엔 일생이라는 끝말을 써 넣어야 함을 나는 미리 부터 안다 꿈을 꾸는 것만이 꿈을 가꾸는 시간이라는 밑줄 긋기 위해 기다림이 생을 끌고 가는 힘이라는 데 방점 치기 위해 나는 봄이 오면 보라색 연필을 사러 간다 이름 패스워드 c0e83183d3ca

게시물 총59건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39 [이기철] 봄이 오면 나는 보라색 연필을 사러 간다 안갑선 08-28 3123 38 [안도현] 배꽃 외 안갑선 11-08 3032 37 [김륭] 늙은 지붕위의 여우비 처럼 안갑선 03-03 2998 36 [함기석] 양파쿠키 요리학원이 보이는 육거리 안갑선 07-04 2861 35 [이승희] 하루살이 안갑선 08-28 2853 34 [배용제] 꿈의 잠언 안갑선 08-01 2836 33 [이기철] 추운 것들과 함께 안갑선 10-11 2828 32 [서안나] 등 안갑선 07-04 2789 31 [박미라] 우리 집에 왜 왔니? (5) 안갑선 10-10 2774 30 [알렙] 자정무렵 나는 도망중 / 외 안갑선 07-16 2772 29 [박후기] 애자의 슬픔 안갑선 03-11 2769 28 [신석정]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안갑선 07-29 2745 27 [최승화] 담쟁이 (1) 안갑선 09-12 2729 26 [김기택] 한가한 숨막힘 안갑선 01-30 2685 25 [최정란] 국수를 말다 안갑선 07-04 2667 24 [문정영] 괄약근 안갑선 03-08 2550 23 [박제영] 섬 안갑선 01-21 2523 22 [김나영] 활 안갑선 03-24 2474 21 [권혁웅] 수면 안갑선 07-04 2465 20 [문해성] 억새 안갑선 11-11 2465      1  2  3   제목 내용 제목+내용 회원아이디 회원아이디(코) 글쓴이 글쓴이(코) and 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