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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6-24 21:23
시작노트
 글쓴이 : 안갑선
조회 : 18  
시작노트

시 안갑선

노트 한구석에서 시가 안 된 것들이 꼬물거린다
단어들은 제각각 골방에 앉아
좋은 시 한 집 살림 그리워하고 있다
몇 번 시집 가려다 퇴고된 단어의
밤새 한탄하는 소리가 밤공기를 처량하게 한다
함축적이면서 입체적인 시 이렇게 쓰는 것이다 말해도
시 안 되는 용쓰는 단어를
노트는 버리지 못하고 골방에 쌓아 놓고 있다
동네에 말끔하게 차려입은 싯거리가 이사 왔다
이삿짐에는 다양한 수사법이 가득했다
기존의 자아들은 넋 나간 듯 입 벌린 채 바라만 보고 있다
늙은 단어는 너희들 중에 알레고리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상징과 어울릴 수도 있겠다 말하며
다시 졸음 속으로 빠져든다
노트를 덮고 일어서려는데
진부적이고 상투적인 것들이 후드득 떨어진다
시가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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