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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0-10 15:33
[홍일표] 수국에 이르다 (외 1편)
 글쓴이 : 안갑선
조회 : 1,692  
수국에 이르다 (외 1편) / 홍일표


솜사탕을 수국 한 송이로 번안하는 일에 골몰한다

솜사탕은 누군가 내려놓고 간 벤치 위의 따듯한 공기
헐떡이다가 그대로 멈춘

수국은 수국을 통과하며 말한다

하늘에서 엎질러진 구름이 완성한 노래가
나무젓가락에 매달려 반짝이는 동안
구석에 쪼그리고 있던 햇살들이 손수건만한 경전을 펼쳐들기도 한다

땅속에서 캐낸 태양은 먹기 좋게 식어 있다
붉은 껍질만 잘 벗겨내면
달지 않은 수국 한 송이 꺼내
한 열흘 땅위의 배고픈 그림자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

멀리서 온 바람이 수국을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며 지나간다 
                                               




보도블록에 박쥐들이 붙어 있다

구름을 머리에 인 몇몇이
바닥을 잡고 노숙하는 박쥐를 억지로 떼어낸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박쥐를 똑똑 따내고 싶은 날
내 일찍이 그것이 딱지 앉은 상처인 줄 모르고,
우산을 펴듯
활짝 펼쳐보고 싶었던 적이 있다
검은 고독은 쓸개처럼 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
옆구리 쪽이 금방 어두워진다

가끔 우산을 펼칠 때마다 푸드득 박쥐 떼가 날아간다
우울증을 앓는 골목이 발목부터 젖는 날
보도블록을 움켜쥐고 있던 박쥐들이 일제히 날개를 편다

우산장수는 박쥐를 팔지 우산을 팔지 한참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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